던(Don)

(Don)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얼마 그로부터 문자메세지를 보았는데, 다음에 답장해야지 하고 있다가, 잊어버리고 두어 달이 흐르고 말았었다. 연락이 없자 우리 가족이 걱정되어서 전화를 했단다. 그와 통화를 하고 나니 그를 통해서 자주 하곤 하는 생각이 다시 머리를 맴돈다. 그를 만난 8년째, 어느 때부터인가 믿음에 대해서 생각할 때마다 그를 떠올리지 않을 때가 거의 없게 되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경이로운 것은 그를 통해서 보는 인생들에 대한 하나님의 역사라고 하지 않을 없다.

처음 그를 만난 것은 미시시피로 이사를 1 뒤인 2010 어느 날이었다. 타운 중앙의 교회에서 한국인 유학생들을 섬기는 사역을 하던 나를 초빙한 작은 미국인 교회로 옮긴 뒤였다. 우리 가족을 유난히 반기어 주던 자매 엘렌이, 어느 심방을 같이 있느냐고 물었다. 흔쾌히 응락하고 날을 정해 시립도서관 뒷쪽 구석진 곳에 위치한 오래 아파트를 방문했다. 원룸 아파트였다. 미국 사람들 사는 아파트가 대부분 그렇지만, 집안에 햇빛이 거의 없었다. 불을 켰어도 그리 밝지 않았다. 원룸 아파트였는데, 여기 저기에 식재료 생활용품들이 정돈되지 않은 상태로 널려 있었다. 건장한 백인 사람이 누운 채로 반갑게 인사를 한다. 던이었다. 그는 정말 환한 얼굴로 우리를 맞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방 그가 뭔가 건강에 이상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차릴 있었는데, 손님들이 오는데도 불구하고 누워 있는 때문에도 그랬지만, 그의 몸이 계속해서 규칙적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었다. 본인이 원해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금방 있었다. 보다 심할 것을 억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을 느낄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머리가 앞뒤로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그때로부터 2 전이었단다. 어려서 부터 편두통이 있었는데, 그게 심해지자 패밀리 닥터가 약을 장기적으로 처방해 주었다고 한다. 1 약을 먹었으나 편두통은 낫지 않고, 처음에는 손이 흔들리는가 싶더니, 1 전부터는 머리가 흔들리기 시작하더란다. 머리 흔들림은 점점 악화되었고, 내가 그를 찾은 당시에는 이미 혼자서는 걷지도 못할 정도가 되었다. 말이 머리가 흔들리는 것이지, 우리 신체 중에 가장 무거운 부위인 머리가 흔들리다보니 몸의 균형을 맞추기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라, 머리가 시도 때도 없이 그렇게 1 넘게 흔들리고 있으니, 얼마나 많은 다른 어려움들이 뒤따라 생겼겠는가? 먼저, 편두통이 더욱 심해져서, 빛을 보거나 조금이라도 소리를 듣기가 너무 힘들게 되었다. 그를 교회에 나오지 못하게 것은 정작 멀리 흔들림이 아니라 빛과 소리가 주는 괴로움 때문이었을 정도다. 그래서 집은 항상 어둠 속이다. 혼자서는 움직이지를 못하니, 영양상태가 점점 나빠질 것은 뻔하다. 엘렌 자매 교회 형제 자매들의 도움으로 음식 재료들은 아파트 여러곳에 널려 있었지만, 그것을 요리해서 먹기는 쉽지 않았다. 머리를 지탱하고 있는 목과 어깨가 경직되어도, 걷기조차 없으니, 운동으로 수가 없다. 그러다 보니 머리는 더욱 아파지고 이제는 허리와 팔다리도 저리고 아프다고 한다. 가장 편안함을 느낄 있는 자세가 누워있는 것이다 보니사실 누워서도 머리가 좌우로 흔들리지만아직은 아니었지만 등에 딱지도 생길 판이었다. 정말 뭐라고 위로의 말을 없는 괴로운 삶을 살고 있었다. (여담이지만, 이런 것을 보더라도 두통약 같은 것을 장기복용하는 것은 정말 조심해야 일이다.)

그의 사연을 듣던 나는 너무나 참담하고 괴로왔다. 정말, 그래서는 되지만, 마음 속으로 솔직하게, ‘이렇게 되지 않게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나님하는 생각이 정도였다. 그러나 던은 달랐다. 그는 웃고 농담이 끊이지 않았다. 그런 삶을 주신 하나님을 원망하기는 커녕 찬양하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뜻임을 받아들이고, 연신 그것을 고백했다. 오히려, 그의 상황에 충격을 받고 놀란 나와 집사람을 위로한다: “모든 일이 괜찮을 거야. 하나님이 돌보고 계셔 (Everything’s gonna be okay. He’s taking care of me).” 그의 태도는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게 짐짓 지어보이는 인위적인 것이 아님을 있었다. 그는 그런 사람이었고, 그런 믿음을 가진 사람이었고, 믿음으로 자신을 지탱하는 사람이었다.

던과 친해지게 되었다. 번은 두통이 너무 심해서 정말 죽을 같았었던지 전화를 했다. 침을 놓아 달라고 했다. 주사에 대한 공포가 있는 친구였는데 어지간히 아팠던 모양이었다. 처음 수지침을 배우던 나는 조심스럽게 손과 몇군데에 침을 주었다. 얼마나 아팠더랬으면 그렇게 대충 놓은 침도 효과가 있었던 모양이다. 이후로는 나를 닥터라고 부르기도 하며 고마움을 표했다. 그러던 후에 도움을 청하는 응급한 전화가 왔다. 목쇤 소리로 겨우 말을 했다. 교회의 공고를 통해 그의 상황이 많이 좋지 않다는 말을 듣고 있었기에 한달음에 달려갔다. 아예 엘렌 자매가 자기 집에 남는 방으로 옮겨서 보살피고 있는 중이었다. 5 정도를 방안에 주로 누워있다보니 비염이 생겼는데 심해도 너무 심해서 코로 숨을 지가 벌써 1년이 넘었다. 입으로 숨을 쉬다 보니 입안과 목이 건조해 져서, 이제는 목소리가 나오지를 않고 쇤소리만 나왔다. 배우기 시작한 5 정도가 되어서 이제는 제법 침을 놓을 알게 되었었다. 특히 비염은 침으로 고치기 그리 어려운 증상이 아니기에, 아는 혈자리 군데에 침을 주고 얘기를 나눈 돌아왔다. 다음날 새벽에 그는 병원 응급실에 갔단다. 코와 입으로 정체 모를 액체가 끝도 없이 쏟아져 내려왔기 때문이다. 비염이 심한 사람들이 침을 맞으면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인데, 몸을 못가누는 던의 경우에는 그것이 기도로 넘어가서 고통거리가 되었었단다. 다행히 별일은 없었고 이후로 다시 목소리를 찾았다. 그런 저런 인연으로 우리는 아주 가까운 친구들이 되었다

던은 밥티스트(Baptist) 가정에서 태어나 밥티스트로 자랐다. 그러다가 엘렌 자매를 만나서 참된 성경적인 교회에 대해 알게 되고 바로 마음을 정하고 인간의 전통에 따른 가르침을 버리고, 성경의 가르침에 순종하여 크리스챤이 되었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머리 떨리는 병이 생겼고, 엘렌 자매는 던의 엄마나 형제 자매들도 보여주지 못한 정성을 그에게 믿음의 자매로서 보여주고 있다엘렌 자신도 이미 60대로서 건장한 체구인 던을 돌보는 것이 그리 쉽지 않음에 불구하고 말이다. 처음 던을 만났던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 구석이 서늘한 일이 있다. 그가 즐거움으로 살고, 감사함을 표현하고, 믿음을 말했지만, 나와 친해졌을 말들 때문이다. 말들 속에서 사람들에 대한 약간 비판적인 혹은 서운한 마음이 느껴졌다. 그런 상황에 있다보니 그랬을 수도 있지만, 그런 상황에 있었기 때문에 어쩌면 사람들에 대한 판단을 비교적 깊이 예민하게 할 수밖에 없었을 지도 모른다. 자신을 찾아와 위로하고 함께 주는 형제 자매들 중에 진심어린 사랑이 느껴지는 사람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고 했다. 나도 외국인으로서 살면서 비슷한 것을 느낄 있었기에 상당히 공감할  있었다. 그런 것을 생각했던 것을 생각하면, 물론 이미 지난 일이지만, 부끄러움에 마음이 서늘해 진다

다른 사람의 사랑으로부터 진정함의 정도를 느끼는 것은 대단한 지각력이다. 하나님께서 우리 인간에게 그렇게 섬세한 지각능력을 주신 것이다 (세살박이 아기도 자기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알아본다. 그러니 드러나지 않는 위선은 없다, 다만 그 위선에 미혹되는 사람이 있을 뿐). 그러나, 사람들의 온전하지 않은 그런 사랑의 옳고 그름을 생각하기 이전에, 그게  내게 느껴졌는가를 생각해 필요가 있다. 성숙함은 사랑을평가하는 데서 오지 않고, 사랑에 ‘감사하는 데서 오기 때문이. 더우기 원수까지도 사랑하신 주님을 따르는 크리스챤이라면, 진정성이 떨어지기는 하더라도, 악이 아닌 사랑을 자신에게 베푸는 사람이라면, 사랑을 얼마나 감사하고 사람을 얼마나 사랑해야 것인가? 자신에게 악이 아닌 사랑을 베푸는 사람을, 진정성에 약간 흠이 느껴지더라도, 감사하고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이 과연 원수까지도 사랑할 있을까? 그런 사람에게 과연 원수를 사랑한다는 것이 가능하기나 것일까? “깨끗한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깨끗하나 더럽고 믿지 아니하는 자들에게는 아무 것도 깨끗한 것이 다고 디도서 115 말씀은 이것을 가르치는  같다. 결국 성숙한 사랑은 모든 것을 참고 모든 것을 믿고 모든 좋은 것을 소망한다 (고린도전서 13장7절). 다른 사람의 사랑의 진정성에 있는 작은 흠이 보이는 것은,  사랑이 아직 성숙하지 않다는 것이고 따라서 내 사랑에 흠이 많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사랑에 작은 흠들이 보이는 것은 내가 엄청난 지각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내 사랑에 들보가 박혀있기 때문이다 (마태복음 7장3절). 아주 미미하긴 했다 하더라도, 던과 내가 그런 비판적인 생각을 공유할 있었던 것은 아직 많이 “깨끗한 자들 아니었기 때문이었으리라. 그는 교단에 있으면서 성경을 제대로 배울 없었던 것같고, 나는 크리스챤이 그리 얼마 되지 않아 성숙하지 못했던 것이다.

때로부터 6-7년이 흘렀다. 새로운 사역지 조지아로 떠나왔지만 그와 나는 자주 소식을 주고 받는다. 나도 그때보다 조금 성숙해진 면들이 있다고 생각되지만, 던은 더욱 그런 같다. 그는 내가 그의 전화와 문자와 이메일에 바로 답을 하지 않았을 , 나를 책망하거나 원망하거나 하기 대신, 나와 가족에게 무슨 일이 있나를 걱정한다. 내가 먼저 그의 안부를 챙기지 못하고, 먼저 연락을 하고 대화를 시작하지 못해도 여전히 나를 받아주고 그리워하고 사랑한다. 이제는, 나도 전보다는 그런 같지만, 던은 다른 사람의 사랑을 평가하거나 적어도 비판하지 않는다. 오로지 감사하고 기뻐한다. 정말 헤어날 없는 괴로운 삶을 연명하고 있는 자신에게이제 그에게는 심장병 메이저급 부작용들이 나타나고 있어 언제 주님 예비한 집으로 모르는 상황이 되었지만연민과 사랑을 보여주는 사람들의 사랑의 진정성이 얼마만큼인가에 아무런 관계없이 기뻐하고 감사한다.

던에게서믿음으로 산다 것이 무엇인지를 본다 (하박국 24). 다시 말하면 하박국의 기도를 본다: “비록 무화과나무가 무성하지 못하며 포도나무에 열매가 없으며 감람나무에 소출이 없으며 밭에 먹을 것이 없으며 우리에 양이 없으며 외양간에 소가 없을지라도 나는 여호와로 말미암아 즐거워하며 나의 구원의 하나님으로 말미암아 기뻐하리로다” (하박국 317-18). 그런데, 던을 통해 보게 되는 그보다 것은 하나님의 역사이다. 던의 삶의 모습이 세상적인 관점으로 보면 결코 하나님께 영광이 만한 삶은 아니리라.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매우 강조하는 어떤 목사의 집안의 문고리들이 순금이었다고 한다. 그런 하나님께 영광을 드리는 삶이라고 하는 그런 자들의 눈에 던의 병든 가난한 삶은 하나님께 영광을 드리는 삶이기는 커녕, 하나님 얼굴에 먹칠하는 삶일 것이다. 그러나, 진정 자신의 모든 것을 주시고 가난하여지시고 종당에 자기 자신을 채찍질 아래, 그리고 마침내 십자가 위에 내어 주신 예수님을 따르는 자들의 눈에는 던의 삶은 하나님의 영광의 형상이다.

하나님은 세상적으로는 전혀 보잘 없는 던의 인생에 개입하시어, 무엇보다 그를 인간의 전통으로부터 벗어나 오직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순종으로 구원을 얻게 하셨고, 거기서 멈추지 않고 그를 점점 성숙하게 하심으로 점점 그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닮아가게 하신 것이다. 이전에 그나마 남아있던 비판적이고 온전히 순수하지 못한 마음을 씻어내시고, 어떤 사랑도설사 그것이 점이 있고 흠이 있는 것이라 할지라도평가하지 아니하고 사랑으로 받아들이고 오히려 점이나 흠이 있는 사랑을 주는 사람들을 더욱 온전한 사랑을 있는 사람으로 성숙하도록 돕는 본보기 되게 하신 것이다. 이제 던은 하나님의 성화(sanctification) 역사를 통해서, 아마 전에는 하지 못했을지도 모르지만, 이제는 원수까지도 사랑할 있게 되었을 것이다. “세상의 약한 이었던 던의 인생에서 전능하신 우리 아버지 하나님은 거룩한 지혜와 참된 강함 이루어 내신 것이다 (고린도전서 128). 던이 그런 불후한 처지에서도 웃고 감사하고 하나님을 찬양할 있는 것은 바로, 하나님이 살아서 그렇게 역사하심을 믿음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일 게다.

커버사진: 소아암 환자들. 그들은 극심한 고통 중에도 그 존재 자체가 기쁨이고 감사함이며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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